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예식을 준비하고 신혼집을 마련하고, 필요한 물건을 채워 넣다 보면 어디에 얼마가 들었는지도 모르게 예산이 빠르게 늘어납니다. 그래서 신혼부부에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현실적인 예산표입니다. 오늘은 표 없이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항목별 지출 범위와 함께 실속 있는 팁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결혼 준비 비용, 어디에 얼마나 들까?
먼저, 결혼 준비 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들을 짚어봅니다. 가장 큰 비용은 예식장 대관과 식사 비용입니다. 보통 하객 수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며, 평균적으로 1천5백만 원에서 2천5백만 원 정도가 들 수 있습니다. 도심의 유명 예식장은 이보다 훨씬 높은 경우도 많습니다.
다음으로 스드메라 불리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패키지는 평균 3백만 원에서 7백만 원 사이입니다. 스드메는 한 번의 상담으로 결정하기보다, 여러 곳을 비교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과 예산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물은 보통 커플링 외에 시계나 가방 등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고, 평균적으로 5백만 원에서 1천만 원 사이에서 조율됩니다. 예단과 혼수 비용은 양가의 문화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최근에는 간소화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 정도는 예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혼여행은 국내일 경우 2백만 원 내외, 해외라면 3백만 원에서 많게는 7백만 원 이상 들 수 있습니다. 항공권, 숙소, 일정 구성에 따라 차이가 크므로 여행사 패키지와 자유여행을 모두 검토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신혼집 마련은 전세인지 월세인지, 혹은 자가인지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전세를 기준으로 하면 수도권 평균 1억 원 이상이 필요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2억 원이 넘어가기도 합니다. 여기에 가전과 가구 구매까지 더하면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 정도 추가로 들어갑니다.
이외에도 생활 초기에 필요한 생필품, 각종 계약금과 이사비용 등까지 감안하면 별도로 준비해두는 생활비 예비금도 최소 2백만 원 이상은 필요합니다.
예산표를 만들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예산표를 만들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은 바로 ‘우선순위 정하기’입니다. 결혼 준비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와 배우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예식은 간단히 하고 신혼여행을 더 특별하게 하고 싶을 수도 있고, 혼수는 꼭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하되 예물에는 의미를 담고 싶은 부부도 있을 수 있습니다. 서로의 가치관을 나누고 중요한 항목에 예산을 더 배분하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실속 있게 지출을 줄이는 방법
가전제품이나 가구는 꼭 새 제품만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최근에는 상태 좋은 중고 제품도 많고, 리퍼브 제품을 판매하는 공식 몰도 있습니다. 세탁기, 냉장고 같은 주요 가전은 신제품으로 사고, 식탁이나 장식장은 저렴하게 중고로 구입하는 방식도 충분히 합리적입니다.
또, 백화점이나 대형 브랜드에서 혼수 가전을 구매할 경우, 카드사 혜택을 잘 활용하면 수십만 원의 캐시백이나 사은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1년에 한두 번 있는 혼수 대전 시기를 잘 활용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품목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스드메는 패키지보다 단품 계약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으므로, 웨딩카페나 후기 블로그를 찾아보고 견적 비교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소규모 스냅 촬영과 셀프 웨딩도 인기를 끌고 있어, 예산을 줄이면서도 감성적인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이 늘고 있습니다.
예산표는 함께 만들어야 오래간다
예산표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함께 작성해야 오래 유지됩니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따져보는 것이 귀찮고 낯설 수 있지만, 매주 혹은 격주에 한 번씩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이번 주엔 어떤 지출이 있었지?”, “예상보다 덜 쓴 부분은 어디지?”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출 관리에 익숙해지고 서로의 소비 패턴도 이해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함께 조율하고 맞춰가는 과정’입니다. 예산표는 우리 둘의 현실을 담은 지도이자,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