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고액 연봉을 미끼로 한국인을 채용한 뒤, 로맨스 스캠이나 보이스피싱 범죄에 강제로 가담시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범죄는 단순한 사기를 넘어 인신매매와 감금, 고문 등 심각한 인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피해자들의 사례를 통해 이러한 범죄의 실태와 탈출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사례 1: 전기 고문과 감금, 그리고 탈출
2024년 11월, 29세의 서모 씨는 "월 5000달러의 고소득 번역 아르바이트"라는 제안을 받고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도착 직후 여권과 휴대폰을 빼앗기고, 베트남 국경 근처의 차이톰이라는 마을의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건물에 감금되었습니다.
첫날부터 입이 테이프로 막히고 수갑이 채워진 채 전기 충격기로 고문을 당했습니다. 기절했다 깨어나 보니 수갑으로 철제 침대에 결박돼 있었고, 매일 구타당해 다리는 온통 시퍼렇게 멍이 들었습니다. 같은 곳에서 일하던 한국인 조직원들도 고문에 가담했습니다.
서 씨는 친구가 한 중국인 조직원에게 돈을 몰래 건네준 덕분에 감금된 지 26일 만에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옷 한 벌도 챙기지 못한 그는 한밤중 택시를 불러 한인회 관계자가 있는 시아누크빌로 도망쳤고, 이틀 동안 한 한인교회에 몸을 숨겼습니다. 이후 캄보디아 한인회장의 도움으로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사례 2: 골프 여행 중 셋업 범죄로 13억 원 갈취
2023년 7월,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60대 한국인 사업가 A씨는 골프 여행 중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것처럼 연출된 상황에 처했습니다. 현지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체포조가 들이닥쳐 A씨를 체포했고, 동행한 일행 중 한 명도 함께 체포되는 것처럼 꾸몄습니다.
이들은 실제 현지 경찰서로 끌려가 5시간가량 대기했고, 동행한 일행은 먼저 13억 원을 주고 풀려난 것처럼 연기했습니다. 결국 A씨는 체포조가 제시한 국내 계좌로 13억 원을 세 차례에 걸쳐 송금했습니다.
사례 3: 감금된 한국인, 대사관과 경찰의 공조로 구조
2024년 5월, 36세의 신모 씨는 취업을 위해 캄보디아로 입국했지만, 현지에서 중국인 조직에 의해 수개월째 감금되고 금품 협박을 받았습니다. 조직원은 신 씨가 회사에서 폭행 사건을 일으켜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를 내야 보내줄 수 있다고 주장하며 금품을 요구했습니다.
신 씨는 지인에게 "진짜 돈을 보내주지 않으면 나는 여기서 죽는다"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지인과 신 씨 가족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과 경찰에 신고했고, 대사관은 현지 경찰과 공조해 신 씨의 신변을 안전히 확보하고 조사 중입니다.
탈출 방법과 주의사항
이러한 범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주의사항을 지켜야 합니다:
- 고액 연봉 제안에 주의: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고액 연봉을 제시하는 채용 공고는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경로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 여권과 휴대폰 소지 유지: 해외에 도착한 직후 여권이나 휴대폰을 요구하는 경우, 이는 범죄의 시작일 수 있으므로 즉시 대사관이나 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
- 지인에게 알리기: 해외에 취업을 나갈 경우, 가족이나 지인에게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정기적으로 연락을 유지해야 합니다.
- 의심스러운 상황에서의 대응: 감금되었거나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사관이나 현지 경찰에 연락을 취해야 합니다.
- 정부 기관의 경고 확인: 외교부나 대사관에서 발령하는 여행 경보나 주의보를 확인하고, 위험 지역에 대한 정보를 숙지해야 합니다.
맺으며
캄보디아에서의 고액 연봉 채용 사기는 단순한 사기를 넘어 심각한 인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범죄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특히 경제적 어려움이나 해외 취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이용해 사람들을 덫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피해를 입기 전에 경각심을 갖고, 가족이나 지인에게도 이러한 범죄의 실체를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부 기관과 언론, 그리고 개인 모두의 관심이 이 문제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