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우주의 75%를 차지하는 가장 풍부한 원소.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에너지의 꿈’이다. 그런데 수소하면 떠오르는 건 무엇인가? 그린수소? 블루수소? 아니면 여전히 탄소를 뿜어내는 그레이수소? 하지만 최근 ‘화이트 수소’라는 신선한 단어가 에너지 업계와 미디어를 뒤흔들고 있다. 과연 이 ‘화이트 수소’는 무엇일까? 왜 지금 갑자기 전 세계가 주목하는가? 한 번 들여다보자.
1. 수소, 그 무한한 가능성 뒤 숨겨진 한계
수소는 공기보다 훨씬 가벼워서 대기 중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대부분은 물과 같은 화합물 속에 숨어 있다. 때문에 수소를 분리해 얻으려면 복잡한 공정이 필요하다. 현재 전 세계 수소 생산의 96% 이상이 화석 연료를 개질해 만드는 ‘그레이 수소’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게 문제다.
수소차는 물만 배출하는 친환경 탈것이라 부르지만, 현실은 역설적이다. 수소를 만들 때 이미 환경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 수소’가 각광받고,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이 붙은 ‘블루 수소’가 등장했다. 그러나 생산 비용과 규모가 아직 걸림돌이다.
2. 그런데 ‘화이트 수소’는 뭐가 다를까?
‘화이트 수소’란 바로 ‘지하 천연 수소’다. 말 그대로, 땅속 깊은 곳에 자연 상태로 저장돼 있는 수소를 의미한다. 즉, 수소를 만들기 위한 별도의 공정 없이 이미 존재하는 수소를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화석 연료 기반이 아닌, 지구가 선사하는 순수 에너지인 셈이다.
최근 몇 년 새 전 세계에서 이런 ‘지하 수소’가 잇달아 발견되면서 에너지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3.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시작된 이야기
1987년, 말리의 한 마을에 가뭄이 들자 우물을 파던 도중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 시추공에서 나온 가스의 98%가 수소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수소가 땅속에 자연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뒤, 한 석유 회사 회장이 그 지역 땅을 사들여 다시 탐사를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하 수소 저장 공간이 발견됐고, 실제로 수소 발전을 통해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는 실험도 성공했다. 7년간의 데이터가 국제 수소 에너지 저널에 발표되었지만, 관심은 미미했다.
4. 2023년, 프랑스에서 ‘화이트 수소’ 붐이 일다
이후 2023년, 프랑스 로렌 지역의 석탄층 지하 1,250m에서 순도 20%의 수소가 발견됐다. 더욱 깊게 탐사할수록 순도는 9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역에만 수천만 톤의 수소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꿈의 수소’로 불리는 화이트 수소가 드디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폭발했다. 청정하고 무한한 에너지원으로서의 잠재력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5. 전통 에너지 강국 사우디도 ‘수소’에 올인하다
세계 최대 태양광 에너지 조건을 가진 사우디는 ‘더 라인’ 프로젝트를 통해 태양광과 원자력 발전을 결합, 그린 수소를 대량 생산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하루 650톤의 그린수소, 연간 120만 톤의 그린 암모니아 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현재까지 진도는 느린 편이다.
그렇다면, 사우디가 미래에 기대하는 ‘화이트 수소’는 어떨까? 아직 공식 발표는 없으나, 지하 수소 발견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6. 왜 ‘화이트 수소’가 주목받는가?
- 환경 부담 제로: 화석 연료가 전혀 필요 없어 탄소 배출이 없거나 매우 적다.
- 추가 생산 과정 불필요: 자연 상태의 수소를 채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공정과 비용 절감 가능성.
- 에너지 독립성 확보: 지하 수소 매장량이 충분하면 국가별 에너지 자립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직은 탐사 기술, 저장과 운송 문제, 경제성 검증 등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수소 경제’라는 거대한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화이트 수소가 새로운 판을 짤 주역이라는 전망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마무리: 수소 시대, 새로운 게임 체인저의 등장
화이트 수소는 단순히 ‘수소’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오래 꿈꿔 온 ‘진정한 무공해 에너지 혁명’의 핵심 키워드다.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 그리고 지하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자연의 선물. 화이트 수소가 상용화되는 그날, 우리는 새로운 에너지 지평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꿈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래 에너지의 주인공, 화이트 수소에 대한 관심을 지금부터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