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벌어지는 고액연봉 채용사기: 로맨스스캠과 보이스피싱의 그림자
최근 들어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을 채용한 뒤, 로맨스 스캠이나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시키는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캄보디아에서 이런 방식으로 인신매매에 가까운 인권 유린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와 피해자 증언을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고액 연봉의 함정
이들 조직은 SNS나 채용 플랫폼, 텔레그램,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한 달 500만 원 이상 가능", "캄보디아에서 근무, 숙식 제공" 등의 문구로 사람들을 유인합니다. 이들은 단순 사무직, 데이터 입력, 마케팅 업무 등으로 포장해 범죄와는 무관한 합법적인 일처럼 꾸밉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지에 도착하면 여권을 압수당하고, 강제적으로 로맨스 스캠(연애 감정 등을 이용해 금전을 갈취하는 범죄)이나 보이스피싱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거부할 경우 폭행이나 감금, 심지어 인신매매까지도 이루어지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왜 캄보디아인가?
캄보디아는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비교적 국경 통제가 느슨하고, 부패한 경찰 및 공무원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시아누크빌(Sihanoukville) 지역은 과거 카지노 산업이 번창하던 곳으로, 현재는 중국계 범죄조직이 기반을 두고 다양한 온라인 범죄의 거점으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범죄 조직들은 현지 정부 관리들과 유착 관계를 맺고 있으며, 법의 감시가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한국인, 중국인, 베트남인 등을 가담시키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취업자’라는 명목으로 들어오지만, 실제로는 자유를 박탈당한 채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것입니다.
실제 사례
1. 탈출한 20대 한국 남성의 증언
2023년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대 남성이 "IT 관련 해외 마케팅"이라는 명목으로 캄보디아에 입국했으나, 도착 직후 여권과 휴대폰을 빼앗기고 로맨스 스캠 범죄를 하도록 강요받았습니다. 그는 도주를 시도하다 붙잡혀 구타를 당했고, 3개월 후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해 한국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귀국했습니다. 귀국 후 그는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 인신매매로 팔려간 여성 피해자
또 다른 피해자인 30대 여성은 '고소득 고객 상담직'이라며 채용 제안을 받고 캄보디아에 입국했으나, 도착하자마자 중국계 조직에 팔려갔습니다. 그녀는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며 수익을 못 낼 경우 전기 충격과 굶김 등의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국제적 문제로 떠오른 온라인 범죄 공장
이러한 사건은 단지 개인의 실수나 주의 부족만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국제적인 조직 범죄이며, 캄보디아 당국이나 외교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특히 대한민국 외교부는 '동남아 고수익 채용 사기 주의보'를 수차례 발령하며 경고하고 있으나, SNS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여전히 효과적으로 차단되지 않고 있습니다.
UN 인권기구와 NGO들은 캄보디아 및 인근 국가에서 운영 중인 이른바 ‘사이버 사기 공장’을 현대판 노예제라고 지적하며 국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반드시 조심해야 할 점
- SNS나 비공식 채널의 고액 아르바이트 제안은 무조건 의심할 것
- “숙식 제공, 여권 필요 없음” 등의 조건은 인신매매와 연계됐을 가능성이 높음
- 동남아 현지 입국 시 여권을 요구하거나 스마트폰을 수거하려는 경우 즉시 대사관이나 경찰에 연락
- 지인에게 갑자기 고액 연봉의 해외근무를 추천하는 메시지를 받는다면, 본인 확인을 반드시 할 것
- 취업 제안을 받은 경우 반드시 구직 사이트, 회사 웹사이트,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 등으로 사실 여부를 교차 확인
맺으며
이러한 범죄는 더 이상 ‘특정 상황에 처한 사람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속을 수 있는 방식으로 다가오며, 특히 경제적 어려움이나 해외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이용해 사람들을 덫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피해를 입기 전에 경각심을 갖고, 가족이나 지인에게도 이러한 범죄의 실체를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부 기관과 언론, 그리고 개인 모두의 관심이 이 문제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